스타벅스 더여수돌산 DT점에서 모닝커피와 아침을 해결하고 하멜등대와 낭만포차 거리를 간단히 구경하고 순천으로 향하였다. 순천만 국각정원이 원래 목적지였지만, 국가정원은 23년 10월 31일까지의 개장을 마지막으로 휴장에 들어간 상태였다. 우리는 그 옆에 있는 순천만 습지를 방문하게 되었다. 내가 군대를 전역하고 혼자 했던 전국일주에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곳이었다. 그때에는 순천만 국가정원이 있는 줄 모르고 순천만습지만을 방문했었다. 오늘 순천으로 가는 길이 설렌다.
순천만습지에 도착하니 평일인데도 관광버스와 일반 승용차들로 주차장이 반 이상 차 있었다. 주차장은 차량 한 대당 3천 원. 출차하면서 사전정산을 진행하면 된다. 따로 시간은 나와있지 않았다. 순천만습지 입장권은 인당 7 철원이다. 현금영수증 발행이 안된다고 하셔서 그냥 현금만 내고 입장했다. 오늘 우리 산책 코스는 왕복 40분짜리 전망대를 보고 오는 것이다. 천천히 옆에 있는 갈대를 천천히 감상하며 넓게 펼쳐진 습지에 올라온 갈대사이를 걸어간다. 혼자가 아닌 둘이 같이 전국일주를 하며 이렇게 이쁜 곳을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순천만 습지에서 갈대를 구경하다 짱뚱어? 와 꽃게가 갯벌에서 움직이는 것도 같이 볼 수 있었다. 갈대 사이사이에 산책로가 아주 잘되어 있어서 편하게 구경하였다.
순천만습지를 보고 나와 우리는 오랜만에 다시 마라탕을 먹기로 하였다. 나는 여자친구 때문에 먹게 된 마라탕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순천역 근처에 있는 라홍방 마라탕집을 목적지로 찍고 움직였다.
단양에서 마라탕을 먹고 일주일 만에 다시 순천에서 먹는 마라탕은 역시 맛있다.
오늘 저녁 차박지는 와온해변으로 정하였다. 순천에서 전통시장에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사들고 가기로 하였다. 아랫장과 웃장을 돌아보기로 한다. 시간이 평일 오후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한산하다. 요새는 마트가 너무 잘되어있어서 전통시장에 손님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전통시장을 더 이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장에서 족발과 김밥 두 줄을 사서 와온해변으로 향하였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이람. 와온해변에서 2주 전까지 차박을 하였다는 블로그를 보았는데... 차박, 캠핑 금지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전국일주 차박을 하며 차박지를 정하는 것도 재밌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힘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차박이 금지된 곳에서 캠핑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다음 차박지를 정하기로 하고 핸드폰을 만진다.
다음 날 보성 녹차밭을 가기로 하였으니 보성에 있는 율포솔밭해수욕장을 가기로 하였다. 율포솔밭해수욕장에서 장박 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이곳은 되겠지 하며 보성으로 한 시간을 달리기 시작했다.
율포솔밭해수욕장에 도착하니 해가 다 저물었다. 어두컴컴한 주차장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잠시 해수욕장을 둘러보기로 한다. 실제로 텐트들이 많이 피칭되어 있다. 오늘은 여기다! 하고 여자친구와 기분 좋게 웃었다. 모래사장과 화장실 사이에는 차가 진입할 수 없게 되어있었다. 텐트를 펼친 것도 차 없이 텐트만 펼쳐져 있었다. 우리 텐트는 차와 연결시키는 도킹 쉘터 에르젠 트래블 쉘터이다. 날씨도 안 좋았기 때문에 에르젠만으로 캠핑을 할 수 없어서 주차장에서 잔디와 연결되어 있는 곳을 골라 쉘터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자리를 깔고 나니 시간이 여섯 시 반이었다. 우리가 늦은 점심을 먹어서 아직 둘 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밥을 먹기로 하였다.
일곱 시가 지나고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순천 웃장에서 사 온 족발과 김밥을 깔아놓았다. 역시 배고픔이 최고의 반찬이다. 족발을 먹으며 미리 사놨던 소주와 함께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며 회포를 푼다. 오늘은 어제보다 소주를 더 마셔서 우리 둘 다 조금 취한 상태로 피칭도 하지 않고 단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밤새 바람이 세질지도 모르고 잠에 들었다는 게...
새벽 네시를 조금 넘긴 시간 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났다. 여자친구가 밖에서 혼자 텐트가 날아가지 않게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지금 블로그를 쓸 때 다시 생각해 보니 너무 귀엽다. 혼자 고군분투하며 5분 정도 잡고 있었다고 한다. 어릴 때 읽었던 그리스 로마신화의 지구를 든 사나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너무 안쓰럽고 귀여웠다. 나도 그걸 보고 벌떡 일어나서 패킹을 하기 시작했다. 밤새 비가 와서 위에 올려둔 그라운드시트는 날아가고 텐트는 힘들어했다. 패킹을 사방으로 하고 다시 자리를 정리하니 시간이 다섯 시 반을 지난다. 오늘도 추억 하나가 늘어간다. 지구를 드는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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