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의 이틀같이 알찼던 하루를 보낸 다음 날, 아침을 먹고 거제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부산에서 돼지국밥은 놓칠 수 없지. 숙소 근처의 돼지국밥집으로 갔다. 극동돼지국밥. 내가 이전에 먹던 돼지국밥과 느낌이 조금 달랐다. 국물이 좀 더 맑은 느낌이었고 깔끔했다. 인테리어도 깔끔해서 기분 좋은 아침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운전은 여자친구가 해준다. 거제 바람의 언덕까지 한시간 반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거제로 들어가는 방향에는 양쪽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오른쪽 멀리에는 산이 펼쳐져 있었으며 곶과 만이 엄청나게 많았다. 어쩌면 섬도 있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 섬, 산이 모두 다 보이는 거제는 너무나도 이뻤다. 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해 준 여자친구가 고마웠다. 그리고 차로 해저터널도 이동하였다. 해저터널에서 현재 수심 41미터까지 본 것 같다. 더 깊었던 것 같은데 사진으로는 남기지 못하였다. 해저로 통한 길을 운전하는 것 또한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을 운전하고 거제 바람의 언덕에 도착하였다. 오늘 날씨가 정말 좋다. 경주, 부산까지는 날씨가 우중충했는데 화요일인 오늘은 날씨가 경치를 다한다. 바람의 언덕 주차비는 시간무제한에 한번 주차 시 3천원, 현금만 가능하시다고 한다. 주차비를 내고 바람의 언덕으로 터벅터벅 올라갔다. 1분이면 올라가는 코스였다. 올라가니 오늘 날씨에 한번 더 감사하다. 내 주변 360도 중 270도는 전부 바다인 공간이었다.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바람의 언덕에서 이쁜 추억을 남기고 여자친구가 제트보트를 타자고 한다. 나는 한번도 타본 적이 없다. 은근히 무서울 것 같아서 처음에는 주춤주춤 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타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니 안 탈 수 없었다. 그래! 타러 가자!
우리는 A코스를 이용하였다. 인당 2만5천원. 탑승시간 3시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사무실 옆에 있는 이마트 24에서 간단히 핫바 하나씩 먹으며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고양이들이 많아서 우리 콩이가 보고 싶었다.
세시 오분전이 되어 우리는 제트보트 선착장으로 갔다. 구명조끼를 입고 제트보트에 탑승한다. 안전벨트는 없고, 앞에 봉을 잡아야 한다. 오늘 이게 나를 지켜줄 봉이다. 잘 부탁해.
배를 오랜만에 타보는 거였지만 배가 아닌 제트스키에 가까웠다. 속도가 40노트? 까지 올라간다. 정말 빠르다. 우리 두 명 밖에 타지 않아서 더 뛰어오르는 것일까? 너무 재밌다. 안 탔으면 큰일 날뻔했다. 조종해 주시는 사장님께서 중간중간 꽉 잡으라며 말씀해 주신다. 여자친구는 겁도 없다. 핸드폰을 놓지않고 이쁜 사진들을 남기고 있다. 나는 재미는 있었지만, 바짝 긴장한 채 여자친구가 떨어지지 않게 잡으며 갔다. 이곳의 특별한 코스는 절벽사이로 십자 모양이 난 사이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주시는 것이었다. 자연은 정말 대단하고 특별하다.
돌아가는 길에 긴장해서 보지 못한 곳을 더 눈에 담으며 복귀한다. 복귀하기 전 한 바퀴 돈다고 원! 투! 쓰리! 를 외쳐주신다. 봉이 부서질 듯이 잡는다. 너무 재밌다.
바람의 언덕에서의 즐거웠던 풍경, 제트보트를 뒤로 하고 우리는 해가 지기 전 차박지를 정하기 위해 거제 이곳저곳을 다녔다.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오늘 먹을 저녁을 보고 나온 시간 4시 반. 인터넷에서 찾아본 차박지 3곳을 돌아다녀보았다. 구조라해수욕장, 명사해수욕장, 해금강주차장노지를 다녔다. 하지만 전부 11월 기준 차박이 금지됐다. 죽림해수욕장은 이쁘지만, 화장실이 좋지 않다는 말이 있어서 포기하고, 흥남해수욕장은 지금 그곳으로 출발하기에는 좀 멀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학동몽돌자동차야영장. 원래 인터넷예약제만 운영하신다고 하신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 혹시 자리가 남아있는지 여쭈어 보았다.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응대해 주시고 자리가 엄청 많다고 전달해 주셨다. 평일에 오길 잘했다. SUV기준 1박에 1만 9천 원, 전기를 사용하면 추가로 4천 원이다. 해가 지기 전 차박지에 피칭을 하고 쉬려고 했었지만 해가 다 지고 어두워졌을 무렵 야영지에 도착하여 자리를 폈다.
야영지가 너무 깔끔해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서 오늘의 두 번째 끼니 저녁으로 목살, 가브리살, 버섯, 미나리, 김치를 구워 먹고 볶음밥으로 마무리하였다. 시간을 보니 아직 여덟 시 반이다. 넷플릭스 하나 때리기 충분한 시간이다. 영화 비공식작전을 틀어놓고 너무 재미있게 집중하며 보았다. 이것이 실화라니 정말 마음이 뭉클해지고 대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를 다 보고 씻고 잠들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헐... 별 뭐야? 거제의 하늘은 별이 정말 많다. 별마로천문대보다 좀 더 많은 느낌. 오늘은 날씨가 우리를 도와준다. 핸드폰으로 담아보려 했지만 제대로 담기지는 않는다. 밖에서 여자친구와 별만 30분 직접 눈으로 담았다. 여자친구가 같은 곳을 바라보다 별똥별이 떨어진다. 와!라는 소리와 함께 소원 빌어! 하며 우리는 기도를 한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을 같이 한 것으로 전국일주의 추억 한 장이 늘어간다.
거제는 산과 바다, 섬, 별 모두 아름다웠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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