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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여행기록

[전국일주 16일차 _ 제주 동쪽 해안도로, 성산일출봉]

by 허우콩이아빠 2023. 11. 15.

예레해안로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여자친구가 옆에서 일출시간에 맞춰 나를 깨워줬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이 우리 둘과 앞에는 바다, 뒤에는 한라산이 있었다. 일출시간을 좀 지나서 사진을 찍어서 그런지 빼꼼 나와있는 것이 아닌 이미 다 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너무 이쁜 바다와 해라서. 아무 계획 없이 떠나온 여행이 나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주는 순간들이었다.

 

 

예레해안로에서 논짓물 씨유 쪽으로 옮기면 공중화장실이 있다. 옮기는 길 옆을 따라 쭈욱 이어진 현무암을 관찰하며 이동하였다. 공중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정신을 차린다.

 

오늘은 제주도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쭈욱 다시 제주시로 넘어가기로 한다. 동쪽은 서쪽과는 또 다르게 좀 더 진하고 아기자기했던 풍경이다.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따라서 우리는 노래를 틀어놓고 바다 바람을 맞으며 오늘 하루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해안도로를 달리기 시작하고 배가 조금씩 고프기 시작한다. 위미를 지나며 맛집을 찾던 도중 톳으로 만든 면으로 짬뽕을 먹기로 한다. 섬소나이 위미점. 서울말로 섬 사나이를 말하는 것 같다. 이곳에서 우리는 백짬뽕과 우짬뽕을 시킨다. 

 

백짬뽕 너무 추천한다. 퓨전음식점이라 일반짬뽕의 빨간색이 하닌 하얗색을 띠지만 맛이 얼큰하고 톳으로 만들어 몸에도 좋을 것 같다. 크림소스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안성맞춤인 크림소스짬뽕이었다. 너무 맛있게 남김없이 다 먹고 나왔다.

 

표선 동쪽 아래 표선에는 외할머니가 계신다. 지나가는 길목에 할머니를 보고 가려 했다. 이쁜 여자친구도 같이 보여주면 할머니가 좋아하셨겠지. 집에 도착하니 할머니가 안 계셨다. 어머니에게 연락해보니 동네 친구들과 함께 노인정에 가셨다고 그러신다. 조금 아쉽지만 노인정이 어딘 줄 몰라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다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이곳 표선에는 표선해수욕장이 있다. 표선해수욕장은 정말 큰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모래사장의 크기가 바뀌는 아주 신기한 곳이다. 어릴 적부터 이곳에 자주 방문했었다.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하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계신 마음 따뜻해지는 곳이니까. 이곳을 조금 더 보여주고 싶었다. 여자친구에게. 그런데 잔다. 피곤한 모양이다. 굳이 깨우지 않았다. 다음에 또 데리고 오면 되니까.

 

 

남원, 표선을 지나 성산으로 진입하였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해안도로를 타기 위해 우회전을 한다. 여기서부터는 저기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지만, 성산일출봉을 올라간 적이 없다고 여자친구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여자친구 눈빛이 달라진다. 정상 찍고 오자 그런다. 괜히 말했나. 체력이 이제는 너무 많이 떨어져 올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여자친구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긴 싫어 좋아! 가자! 했다. 나보다 더 즉흥적인 친구다.

 

성산일출봉이 점점 가까워진다. 이곳에서부터는 여자친구가 운전을 해준다고 한다. 나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이쁜 풍경을 눈과 핸드폰상자에 담으려 노력하였다.

 

성산일출봉에 도착하였다.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해변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우리는 섭지코지는 패스하고 바로 성산일출봉으로 향하였다. 가는 길 오른쪽에는 광치기해변이 있다. 이곳 광치기해변은 일출로 굉장히 유명한 포토스폿이다. 광치기해변에서 스텔스차박을 할까고 고민했었지만, 시간부족으로 포기한 곳이기도 하다. 광치기해변을 지나 성산일출봉으로 진입한다. 이 길은 일방통행이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에 차가 막히지 않도록 고민했던 것 같다. 일방통행으로 차량 운행이 수월하다.

 

평일인데도 성산일출봉에는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역시 제주도 1번 관광지 같다. 주차장 한쪽에 주차를 하고 운동화로 갈아 신는다. 성산일출봉 소요시간을 50분~55분이라고 한다. 경사가 급한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빠른 시간에 정상을 만날 수 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매표소 쪽으로 발을 옮긴다. 성인 5천 원의 티켓값이 있다. 무료산책로는 성산일출봉 옆 해변을 구경하는 길이고 유료도로로 표를 끊고 들어가야 한다. 제주도민은 무료입장이다. 이제 성산일출봉 첫 등반이다!

 

 

성산일출봉 등반코스는 올라갈수록 경사가 가팔랐다. 올라가는 내내 날씨의 도움을 받아 이쁜 풍경은 덤으로 감상하였다.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 자연에 압도당하며 등반하였다.

 

성산일출봉 등반을 맞추고, 우리는 오늘의 차박지인 김녕해수욕장 캠핑장으로 향하였다. 김녕까지 가는 길에는 하여도라는 마을이 있다. 요새 갑자기 이쁜 곳으로 유명해지고 있는 곳이다. 여자친구가 하도 해수욕장을 지나며 해맞이해안도로를 쭉 달리다가 갑자기 이야기한다. 다음에는 여기서 차박 할래. 저기 화장실도 있다. 차박을 하며 이쁜 풍경도 좋지만 화장실이 있는지 없는지도 굉장히 중요한 선택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여자친구가 이곳에서 다음 차박을 이야기할 때 나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 나도 여기 처음와바. 다음에 꼭 다시 오자. 약속하였다. 

 

김녕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중이었다. 빨리 차박텐트를 펼치고 밥을 먹어야 하는데 큰일이다. 김녕에서 차로 도킹텐트를 펼칠 곳이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린 당황하지 않지. 옆 함덕해수욕장 서우봉야영장이 가까워 제주도의 처음과 끝을 그곳에서 장식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