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차 아침이 밝았다. 삼척 맹방해수욕장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오늘은 그전부터 계속 가고 싶었던 영월의 별마로천문대로 가기로 하였다. 삼척에서는 꽤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커피 한잔 후에 바로 영월로 발길을 옮겼다.
우리는 2일째 샤워는 할수 없어서 세수, 양치만 한 상태였다. 가장 먼저 이 찝찝한 기분을 털어 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영월의 사우나를 알아보게 되었다. 처음 알아본 곳은 쌍용 마을의 쌍용복지타운 안에 있는 목욕탕을 가게 되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기휴일이었다. 인당 2천 원의 사우나를 못하는 게 좀 아쉬웠지만 영월 시내로 다시 되돌아가기로 하였다.
영월에 도착하니 동방사우나라는 곳이 있어 들어가게되었다. 1층에 직원 대신 키오스크가 있었다. 인당 7천 원. 목욕탕 키오스크는 처음이라 신기하였다. 여자친구와 만날 시간을 약속한 후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올라갔다. 옛날 아버지와 같이 가던 동네 목욕탕 느낌이어서 마음 편하게 씻을 수 있었다.
목욕탕은 원래 바나나우유를 먹는것이 진리이지만, 허락받지 않은 돈을 쓸 수는 없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다시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개운하게 씻고 나오니 시간이 세시가 되었다. 아직 아침밥과 점심도 거른 채 영월로 달려와서 배가 너무 고픈 상태였다. 먼저 찾은 곳은 사랑방식당이라는 돼지불백, 오징어불백을 파는 곳이었다. 기대하며 들어가려는 순간 3시까지만 영업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의 두 번째 실패였지만 괜찮다. 이것도 전부 여행의 일부인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근처 민카츠라는 돈가스와 카레를 파는 곳을 들어왔다. 우연히 들어오게 되었지만 카레가 정말 진해서 맛있고 치즈가스, 돈가스, 새우가스 전부 맛있었다. 계란프라이도 직접 해 먹을 수 있어서 하나씩 만들어 먹었다.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지만 너무 맛있게 먹고 나와서 기운 회복 완료!
밥을 먹고 나서 별마로천문대의 정보를 찾아보았다. 별마로천문대에서 차박은 가능하나, 텐트를 치거나 의자를 펼치지는 못하고, 정말 주차장에 주차 후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여야 했다. 불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월에서 김밥을 사고 올라가자고 하였다. 뚱땡이김밥. 이름이 너무 귀여워서 여기서 김밥을 포장하기로 하였다. 일반김밥 3천원, 치즈김밥 3천5백 원, 참치김밥 4천 원, 떡볶이 1인분에 2천 원이었다. 떡볶이는 원래 사지 않으려고 했는데 먼저 주문하던 학생이 김밥과 떡볶이 1인분을 포장하는 것을 보고 안 살 수 없었다.
저녁을 포장하고 별마로천문대로 향하였다. 올라가는 길이 일방통행이 아닌 1차로라고 보아서 위험하기 때문에 해가 지기전에 올라갔다. 올라가는 동안 눈앞에 보이는 길을 정말 이뻤다. 나무 위에 나무가 아닌 하늘이 보이는 곳이었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별마로천문대 주차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주차장에는 아직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넓은 자리로 주차를 하고 천문대 산책을 하기로 하였다. 해가 지는 천문대도 나한테는 너무 이뻤다. 여자친구와 사진을 이리저리 찍으며 별마로천문대를 사진과 눈으로 담았다.
별마로천문대 주차장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일찍 잠에 들기 위해 세수를 하러 화장실을 갔다. 10월부터의 화장실 이용시간은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였다. 세수를 하고 잠을 청하기까지 여유가 생겨 어두컴컴한 밤에 계단을 올라가 활공장을 가보기로 하였다. 패러글라이딩 2번 타본 사람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활공장은 너무 무서웠다. 나는 겁이 나는데 여자친구는 겁도 없이 앞으로 가는 것을 내가 아니! 아니! 하면서 막았다. 우리는 눈이 마주치고 엄청 웃었다. 나는 겁이 좀 많고 여자친구는 겁이 너무 없다. 둘 다 중간이 필요하다. 결국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람들 있을 때 활공장에 들어가기로 합의를 보고 다시 주차된 차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자동차 트렁크에 있는 짐을 모두 앞좌석으로 옮기고 뒷자리의 자충매트에서 잠을 청했다. 밤 아홉 시에 잠을 자려고 하니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 10시쯤 잠이 든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별마로 천문대의 운해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아침 여섯시에 기상을 하고 활공장으로 가보았다. 어젯밤에는 차가 많이 없었는데, 아침이 되어보니 자동차들이 많이 늘어 있었다. 활공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운해가 안보이겠다... 운해를 보기 위해서는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10도 이상, 습도 90% 이상, 당일날찌 화창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었다. 일교차 10도 이상, 습도 90% 이상은 성공했지만 당일 날씨조건이 안 맞았던 것 같다. 운해 대신 어제 보지 못한 영월 시내를 다시 자세히 보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전국일주 3일차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실패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한 단어이지만 딱히 다른 말로 설명할 말이 없다. 그러나 실패하며 여자친구와 같이 오히려 좋다라며 긍정적인 사고를 더 배웠다고 생각한다. 목욕탕 찾으러 쌍용마을 갔다가 정기휴일이어서 쌍용마을이 쌍용기업의 이름을 유래시킨 것을 알고 돌아갔고, 사랑방식당 불백은 못 먹었지만 돈가스, 카레와 계란프라이에 행복을 느끼고, 뚱땡이김밥이라는 이름이 귀여워 김밥을 포장하러 갔고, 오늘 아침에 날씨가 흐려 운해는 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꼭 다시 오자라며 여자친구와의 추억을 하나 더 쌓고 내려와서 오히려 스트레스 없는 즐거운 여행인 것 같아 만족스러운 3일 차였다.
ps. 천문대를 내려와 블로그를 쓰고 있는 제천의 날씨는 매우 맑음(화창, 햇빛이 뜨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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